본문 바로가기

想/선밖에서

남에게 기대어 자신을 평가하지 말라

고등학생 무렵에 한창 '좋은 생각'이라는 월간지를 열심히 읽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직 고등학생 무렵이라는 시기가 끝나기 전에 그런 종류의 책을 매우 싫어하던 시기가 이어졌죠. 그리고 그건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편입니다.

굳이 그 책이 아니라도 다른 월간지라던가 웹(당시라면 PC통신)을 통해서 비슷한 류의 글이 많이 돌아다니곤 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글은 우리들에게 한 가지 생각을 떠올리게 만들었죠. '이렇게 어려운 사람도 열심히 살아가고 세상을 긍정하는데 우리가 여기에서 좌절하거나 해선 안된다.' 자신을 북돋아주는 그 말이 사실은 타인의 불행을 나를 위한 발판으로 삼는 이야기입니다. 타산지석 같은게 아닙니다. 그런 생각의 메커니즘은 전혀 달라요. 이건 오히려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는 것과 비슷한 말이 되어버립니다. 타인의 불행을 자신의 먹이로 삼는 일 말이죠. 그것이 타인에게 직접적으로 어떤 위해를 가하는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그것은 타인을 업신여기는 마음의 씨앗이 되기도 합니다. 타인의 불행 뿐만 아니라 타인 그 자체를 먹이로 삼는 일이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저런 마음가짐은 완전히 반대의 경우로도 적용이 가능하지 않습니까. '저렇게 풍족한 사람도 세상에 좌절하고 삶을 포기하고 마는데 나까짓게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 전혀 다른 말 같지만 그 원리는 동일합니다. 남의 상황과 행동을 기준으로 나를 판단한다는 것 말이죠.

사실 4대 성인이라던가하는 옛 성인들은 그런 식으로 생각하라고 가르친 적이 없습니다. 불행한 사람을 자신처럼 생각하고 안타까워하고 다독이라는 말은 했더라도 말이죠. 그리고 그들은 행복과 불행은 자기자신에게서 찾고 자신의 본질(혹은 신)로부터 그것을 다스리는 깊은 깨달음을 얻으라고 가르쳤죠. 닳는 것은 아니라지만 다른 사람을 그런 식으로 이용해먹으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남을 먹이 삼는 행동을 타인에게까지 강요하는 사람을 싫어합니다. 불행한 사람을 보면서 너에게 자족하라고 말하는 사람 말이죠. 그것은 악덕 정치가가 그의 시민들에게 하는 말입니다.

이런 유머가 있죠. 아버지가 아들에게 '링컨은 너만했을 때 찢어지게 가난한 와중에도 빌린 책으로 열심히 공부했단다'라고 말하자 아들이 아버지에게 '그리고 아버지 나이에 미국 대통령이 되었죠'라고 대꾸하더라는 유머 말입니다.

좋은 의도든 나쁜 의도든 자신과 남, 혹은 타인과 제3자를 비교하지 마세요. 비교하라고 하지 마세요. 자신의 안, 혹은 상대방의 안에서 답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덧붙임. 주호민님의 만화 [신과 함께] 이승편 64화에 같은 취지의 대사가 나오네요.

' > 선밖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리 앙투와네트식 대학 정책  (1) 2011.08.21
6월 2일 투표하시죠  (4) 2010.05.31
스마트폰 혁명 2010 컨퍼런스 후기  (2) 2010.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