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想/불교/종교

나에게 기발한 생각, 새로운 생각은 없다

종교 관련글에 대해서만 되짚어볼 생각이라 카테고리를 이렇게 했습니다. 이것저것 많이 지껄이기는 하지만 결국 제가 뭔가 대단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다는 자각을 종종합니다. 이솔군의 말마따나 제가 늘 "교과서 30 페이지 6 번째 줄"에 있을 법한 얘기만 하고 있어서일지도 모르지만요.

앞의 글 [사이비 종교의 세 가지 해악]에서 인용한 2003년의 글에서 "차라리 동네 조폭을 믿어라"라는 말을 하면서 스스로 꽤 센스있는 표현을 썼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저 글을 보신 분이라면 재작년에 국내 인터넷에 돌아다녔던 조지 칼린의 쇼 동영상이 떠오를 것입니다. '조 페시 신앙' 말이죠. 모르시는 분은 다음 TV팟 등(유튜브 말고요. 저작권 문제로 음성이 잘렸거든요.)에서 한 번 보세요.

비슷한 시기에 쓴 글에서 "자신의 종교에서 기적과 신비를 빼도, 여전히 그 종교를 따르겠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진 적이 있습니다. 불교에서 흔히 하는 말로 손가락을 보지 말고 달을 보라는 이야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손가락 그 자체를 배제할 수 있겠냐는 말이죠. 그리하여 종교의 모든 기적과 신비를 부정하고도 여전히 그에게 그 종교의 가르침이 고귀하다면 그 사람의 종교를 존중하겠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달의 비유에서 한 발 더 나아갔다고 이 이야기가 딱히 참신한 기준을 생각한 것이 아닙니다. 200년 전에 토머스 제퍼슨이 신약에서 기적과 신비를 빼버렸습니다. 그리고 2000년 전의 도마 복음서가 그런 형태로 쓰여졌습니다(이 경우에는 뺐다가 아니라 넣지 않았다라고 해야겠죠.)

결국 선례를 모르는채 무언가를 떠올려도 안 후에는 그 역사의 두께에 밀리는 느낌입니다. 스스로를 작게 느끼는, 겸손함을 찾을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수 년, 수십 년, 수백 년, 수천 년 전에 누군가가 했던 생각을 다시금 제가, 그리고 현재를 사는 여러 사람이 떠올려야할 만큼 문제는 잘 고쳐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참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