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想/불교/종교

신앙인의 성공을 보는 태도

연구실에 올해 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으로 포스닥(박사후과정)을 간 선배가 있습니다. 연구실 인턴 시절부터 2년 이상 같은 팀으로 지도를 해주기도 했던 분으로 안 그래도 고생스러운 대학원 생활을 다른 사람보다도 더 험난하게 했습니다. 사적인 부분에서도 꽤 고생을 한 것으로 알고요. 그 험난한 몇 년을 보상이라도 받듯 박사 취득 후에 훌륭한 신부를 맞이해 결혼하고 분야에서는 꽤 알아주는 연구실의 제안으로 미국에 가게 되었죠.

얼마 전에 다른 선배와 식사를 하는 도중에 이 선배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사실 위에 얘기한 선배는 아주 독실한 신앙인이었거든요. 역시 신앙인인 이 선배는 저에게 성공한 선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거기에 제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봐오신 분이라면 뻔하게 짐작할 수 있는 대답을 했습니다.

신실한 신앙이 그 선배가 고난에 있을 때 마음의 의지처가 되어 선배의 성공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그 종교의 신성함이나 절대자의 존재함과 위대함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성공은 그 선배의 의지와 성실에 의한 것이니까요.

물론 저기에는 재능과 의욕 등도 포함시켜야겠죠. 어쨌든 그 선배의 성공을 신앙과 직결시켜서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성공의 요인 중 하나는 신앙생활이지 신앙생활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전에도 같은 비유를 사용했던 것 같은데 종교는 스승과 같습니다. 훌륭한 종교는 사람에게 훌륭한 스승과 같은 존재가 되어줍니다. 하지만 아무리 훌륭한 스승에게도 나쁜 학생이 있을 수 있으며, 아무리 쓰레기 같은 스승에게도 훌륭한 학생이 있을 수 있습니다. 즉, 나쁜 학생 한 명이 나쁜 스승을 말하지 않으며 훌륭한 학생 한 명이 훌륭한 스승을 말하지 않습니다. 하나의 데이터 포인트로는 아무것도 말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한 명의 신앙인인 훌륭한 선배를 통해서 신앙을 가질 수 있다면, 한 명의 신앙인인 쓰레기 정치인을 통해서 신앙을 모욕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후자의 행위를 하지 않는 것처럼 전자의 행위도 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가볍게 좌지우지되는 신앙이라면 그 분도 별로 좋아하진 않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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